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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일반적으로 이 대장경판은 고려 시대에 판각되었기                     건물 내부에 골고루 퍼진 후에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해
           때문에 ‘고려대장경판’이라고 하며, 매수가 8만여 판에                    준다. 이 간단한 살창의 크기 차이가 공기의 대류는 물
           달하기 때문에 ‘팔만대장경’이라고 한다. 또 고려 현종 때                  론 적정 온도도 유지해 준다.
           새긴 판을 ‘초조대장경판’이라고 하고, 고종 때 이것이 몽

           골의 침입으로 불타 버려 다시 대장경을 새겼기 때문에 ‘
           재조대장경판’이라고도 한다.
             대장경판은 남해안에서 많이 자라는 후박나무로 만들
           어졌다. 경판이 부패하거나 벌레 먹는 것을 방지하고 나
           무 재질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원목을 바닷물에 2~3
           년 동안 담가 두었다가 꺼내 판자로 짠 다음, 다시 그것
           을 소금물에 삶아 기름을 짜낸 뒤 그늘에 말렸다. 판각은
           구양순체를 사용해서 도드라지게 새겼다. 판각이 완성                      ▲ 앞면 살창               ▲ 뒷면 살창
           되면 나무의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양끝에 각목으로                       세 번째, 굴뚝 효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는 판가

           마구리를 붙이고 네 귀퉁이를 구리판으로 감싼 후 옻칠                     (板袈)이다. 경판을 얹은 판가는 굵은 각재를 이용하여
           을 하여 보관하였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튼튼하게 설치한 후 경판을 두 단씩 세워 놓도록 단을 두
             팔만대장경은 몽골군의 침입을 격퇴하려는 민족적인                      어 공기가 흐르고 서가 전체에 통풍이 잘되게 하였다. 5단
           염원을 담아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하여 판각한 것이며,                   으로 된 판가의 각 단에 조밀하게 배열된 경판과 경판의
           가장 완벽한 대장경으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.                    틈새가 일종의 굴뚝 효과를 내어 경판 표면의 온도와 습
                  -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(www.encykorea.aks.ac.kr),    도를 조절해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김인호 외, 『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2』,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웅진지식하우스, 2011, 201쪽 -


              해인사 장경판전

             팔만대장경판이 완성된 해는 1251년이다. 햇수로 따져
           자그마치 770여 년 전에, 그것도 썩고 벌레 먹기 쉬운 나
           무로 만든 경판이 어떻게 망가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옛
           모습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을까? 팔만대장경판 보존의
           비밀은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해인사 장경판전의 건축 기
           법에 있다. 그 건축 기법의 특징을 살펴보자.                         ▲ 장경판전 판가
             첫 번째, 치밀하게 계산된 단순함이다. 장경판전은 경                    네 번째, 습도를 조절해 주는 바닥이다. 장경판전의

           판을 보관하는 기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물 내부를                     바닥은 땅을 깊이 판 뒤에 숯, 찰흙, 모래, 소금, 횟가루
          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만들었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를 뿌렸다. 이는 비가 많이 와서 습기가 차면 바닥이 습
             두 번째, 공기를 순환시키는 서로 다른 크기의 살창이                   기를 빨아들이고, 반대로 가뭄이 들어 건조해지면 바닥
           다. 자연에 그냥 두면 없어질 수 있는 목판을 자연 속에                   에 숨어 있던 습기가 올라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
           서 없어지지 않도록 한 비밀의 가장 큰 열쇠는 서로 다                    는 역할을 한다.
           른 크기의 붙박이 살창에 있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처럼 해인사 장경판전이 자연의 조건을 이용하여
             벽면의 아래위에 있는 살창과 건물의 앞면과 뒷면에                     과학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대

           있는 살창 크기를 다르게 만들어 공기가 실내에 들어가                     장경판을 잘 보존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.
           서 아래위로 돌아 나가도록 하였다. 이는 건조한 공기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- 합천군누리집(www.hc.go.kr) -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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